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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르투시오 수도회의 삶

  • 글쓴이 이태웅 날짜 2019.12.20 17:20 조회 1,453

카르투시오 수도회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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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10. 31.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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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르투시오 수도회의 삶
 
사방이 벽으로 갇힌 곳에서 바깥 상을 보지도, 듣지도, 말하지도 못하고 매일 한 끼의 식사로 소재를 지키며 세상 모든 인간적 재미와 흥미를 떠난 채 철저한 고독 속에서 주님만으로 만족하는 삶을 누리는 이곳 수도승들의 세상을 떠나 홀로 선 것은 세상을 싫어해서가 아니라, 자신만의 특별한 성소로 주님을 증거하기 위함이다.
 
세상은 이들 수도승들의 희생과 보속을 시대에 뒤떨어진 우둔함이라고 말하지만, 그것은 그 희생과 보속이 쓰게 느껴지는 사람들에게나 해당되는 말이지, 사실 이들에게는 너무도 즐거운 영예이다.

이 수도원은 세상의 변천에 동승하지 않고 거의 천년동안 초기의 정신을 그대로 유지 계승하고 있다. 14세기 흑사병이 유럽을 강타했을 때, 거의 모든 수도회가 더 이상 엄률을 유지할 수 없었다. 모두 완화된 규칙을 채택했으며, 흑사병이 지나간 후에도 원래의 엄률로 돌아오기를 꺼려했다. 그러나 카르투시오회만이 단 한 번의 회칙 개정도 없이 고유의 엄률을 그대로 보존할 수 있었다.
 
카르투시안 수도자들은 각자 은수처에서 독거생활을 한다. 돌덩어리로 지은 수 백년된 은수처는 3층으로 되어 있다. 1층은 작업실, 장작보관소, 화장실이 있고, 2층은 침실, 기도실, 공부방, 성모경당이 있으며, 3층은 바닥 전체에 모래가 깔려 있다.
 
하루의 일과는 아침 6시 30분에 일어나서 저녁 7시 30분에 잠자리에 든다. 저녁 11시 30분에 다시 일어나서 밤기도를 마친 후 다시 새벽 3시 30분에 잠자리에 든다.
 
음식은 점심 한 끼만 제공되는데, 조그만 구멍문을 통해 들어온다. 아침식사는 없고 저녁은 빵과 음료수만 먹을 수 있다. 카르투시오 회원은 어떤 경우에도 육식을 하지 않기 때문에 콩이나 치즈를 자주 먹는다. 매주 금요일은 물과 빵으로 때운다. 점심에 먹은 식사가 남았더라도 남겨 놓지 않으며 오후 2시 이전에 음식창을 통해 모두 반납한다.
 
하루에 3번 – 미사, 저녁기도, 아침기도 때 - 수도승들은 각자의 은수처를 나와 성당으로 향한다. 이곳의 기도의 양은 타 수도원의 배가 넘는다.

수백년 동안 전승된 고유의 성무일도서가 있는데 모두 그레고리안 성가이며, 중세기부터 내려오는 가톨릭 전례를 그 원형대로 보존해 온 수도원이다. 모든 전례는 라틴어로 한다. 라틴어만큼 하느님을 아름답게 찬미할 수 있는 언어 또한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전례의 절정은 ’녹턴’이라는 밤기도(성무일도의 아침기도에 해당됨)인데, 자정에 시작해서 새벽 3시에 끝나는 장대한 기도이다. 그레고리안 성가로 읊어지는 모든 시편은 그 아름다움을 표현할 수 없다. ’녹턴’ 또는 저녁기도 때 사용하는 카르투시오 성무일과 기도서는 어른 팔 길이만큼 크다. 건강한 수도자이 힘을 다해야 들 수 있을 만큼 무겁다.
 
이곳 수도자들은 거의 모든 시편을 암송하기 때문에 옆 사람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불빛이 없는 암흑 속에서 은은히 성가로 암송한다.
 
수도자들은 봉쇄수도자, 평수도자, 일반 수도자로 나뉜다. 봉쇄 수도자들은 모두 사제이다. 하루에 세 번 성당에 모여 아침기도, 미사, 저녁기도를 드리는 것 말고는 절대로 각자의 은수처를 떠날 수 없다. 철저히 갇혀서 하느님과의 일대일 관상에 정진한다. 이 사제들은 제대에서 신자들과 함께 미사를 거행하는 것이 아니라 혼자서 미사를 드린다. 봉쇄수도자들이 각자의 미사를 봉헌하는 경당이 50여개나 된다.
그렇지만 대성당에서는 평수도자와 일반수도자, 그리고 아직 서품을 받지 않은 봉쇄수도자를 위해 한명의 사제가 교대로 미사를 봉헌한다.
 
이 수도원의 특징은 사목적인 지향이 전혀 없고 오로지 관상에만 힘쓴다.
 
이곳 수도승들은 일주일에 한번 월요일 오후에 산악 행군을 한다. 운동 부족을 보충해서 육체적, 정신적 침체를 사전에 방지하려는 극기 훈련이며, 비가와도 이 산악 등반은 취소되지 않는다. 도중에 가다 쉬는 일이 없다. 이 날 만큼은 서로 말을 할 기회가 주어진다. 두 사람씩 짝을 지어 가다가 정해진 시간이 되면 짝을 바꾼다. 서로가 서로를 잘 알 수 있도록 모두 한 번씩 만나게 된다. 이때 나누는 대화는 영적 주제들뿐이다.
 
수도원 내에서의 침묵은 거의 절대적이다. 말 뿐만 아니라 발걸음, 문소리 하나하나에도 조심하려고 애쓴다. 대성당입구엔 일렬로 나열된 개인 사물함이 있는데 전할 말이 있을 경우 쪽지를 써서 당사자 사물함에 넣는다.
 
신학과정에 있는 수도자들은 수도원에서 직접 가르침을 받는다. 특정 분야의 권위자가 없을 경우, 외부에서 신학교 교수를 초빙한다. 이곳 수도승들은 절대 외출을 하지 않는다. 수도자마다 그 진척도가 다르기 때문에 진도에 부담을 느끼지 않고 각자의 역량대로 따로 지도한다. 신학이 수업을 통한 지식의 주입이 아닌 각 수도승의 관상 생활 자체가 되도록 지도하며, 신학과 철학을 가슴으로 체험하고 이해하며, 기도의 삶이 되도록 배려한다.
 
이곳은 대축일이 오면, 그 전날 물과 빵만으로 단식을 하며 미리 마음을 준비한다. 축일이라고 해서 평소와 다른 한 가지가 있다면 미사나 성무일과가 평소보다 더 아름답고 장대하다는 것뿐이다.